판x윙 동화합작
늦은 첫눈이 내리던 날, 옆집에 새 손님이 이사를 왔다.
저마다 사연을 품은 달동네의 집이라지만 지훈의 옆집은 오 년 전 살인사건이 있었던 버려진 흉가였다. 알음알음 주워들은 소문으로 얽힌 사연들을 대충 짐작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이제 원래 그 집의 주인이 누구였는지, 그 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것들은 동네 토박이들에게도 희미한 기억이 되었다. 이미 죽어 버린 여자를 엄마처럼 따랐던 지훈을 제외하곤. 몇 년째 방치되어 있던 집은 한 달 전부터 인부들이 들락날락하더니, 어느새 꽤 그럴싸해 보이는 푸른 지붕을 가지게 되었다. 아줌마가 좋아했던 눈부신 푸른색이었다.
예고 없이 첫눈이 내리는 저녁, 가로등의 주황빛에 부서지는 눈이 노랬다. 스무 살의 겨울을 목전에 둔 지훈이 어설픈 어른 흉내를 내며 의미 없는 입김을 내뿜었다. 후우-하고 숨을 불면 세상이 잠시 흐렸다가, 선명해지길 반복했다. 연기 뒤로 잠시 숨어버리는 현실감각이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담배를 피우는 것도 똑같은 이유에설까, 현실로부터 잠시 도망치는 그 순간을 쫓기 위해서. 추위에 볼이 새빨갛게 얼어서는 몇 번이고 그 행위를 반복했다. 손에는 낮까지만 해도 당당하던 A4용지 한 장짜리 의과대학의 합격장이 형편없이 구겨진 채였다. 1차 수시합격 발표날이라, 학교에 다녀왔다. 담임선생님을 비롯해서 교무실의 선생님들이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학교를 빛낸 인재이자,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도 꿋꿋이 꿈을 일궈낸 후배들의 귀감이 되는 졸업생이라는 칭찬이 이어졌다. 교무실을 벗어나자 다시 적막한 현실의 한가운데였다. 학교를 벗어나 집으로 되돌아오는 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제는 눈 감고도 걷는 익숙한 길을 걸으며 지훈은 눈 감고도 선명한 11자리의 숫자를 떠올렸다. 연락이 끊긴지 오래된 친부의 번호였다. 지훈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문자를 보냈다. 더는 잃을 것이 없는 관계라고 생각했음에도 돌아온 답문은 허무했다. 번호를 착각하신 것 같아요.
답문을 보고 실망하는 스스로를 자책하며 지훈은 발길을 돌려 정처 없이 떠돌았다.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 한 몸이 본능적으로 고소한 냄새를 따라 베이커리 앞으로 이끌었다. 예쁜 옷을 입고 장신구를 한 케이크들이 주인을 기다리며 진열되어 있었다. 우리 지훈이 의사되면 아빠가 케이크 사줄게! 쓸데없는 목소리가 귓가에 웅웅댄다. 오기로 주머니를 털어봤자 나온 것이라곤 천 원짜리 한 장과, 백 원짜리 네 개였다. 빵 하나 사먹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결국 지훈의 몫의 케이크는 없었다. 지훈이 다시 돌아온 곳은 유일하게 몸을 눕힐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 달동네의 꼭대기였다. 또 여기다. 손아귀에서 구겨진 종이를 다시 펴 글자를 확인했다. 전형명, 수시 일반전형. 모집단위, 의과대학. 성명, 박지훈. 위 사람은 2018년도 본 대학에 합격하였으므로 입학을 허락합니다···. 이걸로 내 세상이 바뀌는 줄 알았다. 지훈은 다시 종이를 구겼다. 낡은 담벼락에 기대어 서자 아무도 없는 집에서 소리가 들린다. 이야- 지훈이 의사되면 지훈아빠가 호강하겠네! 응, 내가 아빠랑 아줌마 아픈 것도 다 고쳐주고 케이크도 이따만큼 사줄 거야! 케이크도 사줄 거야? 응! 아줌마가 좋아하는 딸기 케이크로 사줄게 그리고 저기 아래로 이사도 갈 거야. 여기 너무 높아서 아빠 무릎 아프잖아. 우리 지훈이가 효자네, 효자!
첫눈은 꼭 이런 날 내렸다. 자꾸 입김을 내뿜자 호흡이 모자라 눈이 시리다. 입김을 불지 않아도 세상이 뿌옇게 잠식한다. 고인 눈물이 투둑하고 떨어지자 또다시 시야가 선명해졌다. 눈물이 차오르자 다시 흐려지고, 또렷한 세상이 보기 싫어서 결국 눈을 감아버렸다. 슬픔은 삼키면 무뎌지는데, 기쁨이란 놈은 삼킬수록 죽겠다. 행복한 기억이 사람을 살게하고, 무너지게 한다. 출처를 찾을 수 없는 외로움이 지훈을 주저앉혔다. 방심하고 우는 사이 지훈의 앞으로 까만 정장이 눈발을 막고 섰다. 그러나 지훈은 알지 못하고 그림자 속에서 계속 울었다. 눈발에 젖어 몸이 눅눅한 줄은 알아도, 눈물에도 사람이 젖는다는 걸 몰랐다.
ㅡ 안녕.
검은 구두코가 말을 했다. 구두의 주인이 네가 불러서 왔어 라고 덧붙였다. 푸른 집의 새주인인가 보다. 그는 앳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나이를 유추하기에는 꽤 애를 먹게 생겼다. 눈보다 더 하얀 사람이었다. 남자가 상자를 흔들며 물었다.
ㅡ 케이크 먹을래?
☾
크리스마스는 지훈의 생일이자, 지훈 친부의 생일이었고, 아줌마의 생일이었다. 명절을 제외하고 가장 특별한 기념일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셋의 생일을 모두 챙기자니 돈이 아까워 그렇게 하기로 했다.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받는 것은 지훈 혼자였는데, 아줌마는 가끔 선물 대신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걔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도깨비 이야기>였다. 아줌마는 마치 그 일을 사실인 마냥 재잘거렸다. 어렸을 때야 정말로 도깨비가 있는 줄 알았지만, 제법 머리가 크고 나서는 더는 속지 않고 그저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천애 고아로 태어난 아줌마는 배운 게 없고, 가진 건 예쁜 눈 뿐이라 많은 남자들에게 사랑 받으며 돈을 벌었다고 했다. 어렵게 모은 돈을 첫사랑에게 홀라당 갖다 바치고, 죽을 결심을 하고 대교에 올라갔단다. 한강물이 그렇게 깊고 어두운 줄 몰랐다는데 설상가상 눈까지 내렸다고 했다. 아마 그 해의 첫눈이었을 거라고. 뛰어들기를 주저하고 있는데, 웬 잘생긴 남자가 와서는 그렇게 말했다고 했다. 외로워요. 아줌마한테 묻는 게 아니라 그냥 자기한테 하는 말 같았단다. 근데 그 말에 눈물이 나서는 남자를 끌어안고 엉엉 울었다고 했다. 그 뒤로 아줌마는 그 남자랑 함께 지냈던 것 같다. 어린 지훈이 물었다. 그 아저씨는 지금 어딨는데요? 아줌마가 먼저 떠났지. 왜요? 아줌마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 사람은 도깨비였거든. 첫눈 오는 날 세상에서 제일 외로운 사람한테 온다던 도깨비. 도깨비는 누군가 자신을 진실로 필요로 하면 성불한다던데, 아마 못 했을 거야. 아줌마가 떠나서요? 음··· 우리는 시간을 함께 공유할 수 없었거든. 난 그걸 이해해줄 만큼 마음이 넓지 못 했나 봐. 도깨비가 불쌍해요. 불쌍해? 그럼 우리 지훈이가 나중에 도깨비 만나거든 잘해줘. 아니다, 우리 지훈이는 도깨비 만나지 말고 잘 살아야지. 도깨비 아저씨랑 잘 살면 되지. 하하! 맞네. 도깨비 아저씨 이름이 뭔데요? 나중에 만나면 인사할게요!
ㅡ 아저씨 도깨비죠.
ㅡ 아저씨 아닌데.
왜 지금 그 생각이 나지. 첫눈 오는 날 가장 외로운 사람에게 찾아온다던 손님, 도깨비. 아줌마는 지훈 부자가 시내로 선물을 사러간 사이 찾아온 전 남편에 의해 맞아 죽었다. 아줌마의 시체가 흰 천에 덮혀 실려 나가고, 술 취한 범인은 경찰에 잡혀서도 난동을 부렸다. 아빠더러 저 놈이랑 바람 낫다고 했다. 사실은 아닌데. 아줌마는 그냥 가족이 필요한 사람이었고, 우리 부자는 엄마 역할을 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거다. 아줌마가 죽을 때까지 사랑한 사람은 그 도깨비였다. 아줌마는 도깨비가 성불을 하지 못 했을 거라고 했지만, 지훈은 분명 그 도깨비는 성불을 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녀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이 그였기 때문에.
ㅡ 왜 성불 못 했어요?
ㅡ 그러게. 300년 동안 날 필요로 하는 사람이 없었나 봐.
ㅡ 거짓말. 우리 아줌마가 당신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눈만 오면 대문 밖을 기웃거렸어요. 아저씨도 아줌마 때문에 여기로 온 거 아니에요?
ㅡ 아저씨 아니라니깐. 나 열여덟이야.
ㅡ 에??
ㅡ 열여덟에 죽었어.
ㅡ 와 대박. 난 이제 스물인데.
ㅡ 박지훈.
ㅡ 아 미안. 그냥 존대 할까요?
ㅡ 네 목소리가 들려서 잠을 잘 수가 없었어. 네가 날 불러서 왔어, 다른 사람 때문이 아니라.
지훈이 어색하게 웃었다. 미안해, 사람 대하는 거엔 면역이 없어서. 불러서 미안. 이제 어떻게 해야 되는데? 습관처럼 옆머리를 긁적거리자 그가 손으로 제지했다. 삐죽 튀어나온 머리를 다시 정리해주는 손길이 다정했다.
ㅡ 네가 나를 떠나기 전까지 나는 안 떠나. 아마도 네가 죽을 때까지. 나한테는 무의미한 시간들이 많거든.
ㅡ ......
ㅡ 나랑 하고 싶은 걸 해. 맘껏.
ㅡ 관린아.
ㅡ 응.
ㅡ 그냥, 누구 이름이라도 불러 보고 싶었어. 관린아, 관린아.
돈 좀 있니. 치킨 먹고 싶다. 괜히 장난치는 말투에 관린이 일부러 크게 웃었다. 지훈은 말 그대로 사람에 대한 면역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 아줌마랑 아빠가 바람을 피웠다는 소문이 퍼져나간 뒤로 친구관계도 영 잼병이 되었기 때문에 배워본 인간관계가 없었다. 소문은 갈수록 심해져서, 지훈은 그냥 그것을 포기하고 내버려뒀다. 살인이라는 끔찍한 키워드랑 같이 엮여서 다행히 신체적으로 괴롭히는 사람은 없었다. 쟤랑 아예 엮이지 말자는 울타리가 지훈을 가뒀다. 관린은 그런 걸 이해했다. 받는 것 없이 다정을 주었다. 그럼 지훈이 자연스럽게 따라 배웠다.
☾☾
웃는 일이 많아졌다. 지훈은 어느새 푸른집의 두 번째 주인이 되었다. 둘은 함께 책을 읽거나, 밥을 먹고, 마당을 쓸고, 가끔씩 시내 구경을 했다. 지훈이 신이 나서 방방 뛰면 관린은 딱히 제지하지 않고 같이 뛰었다. 지훈은 거의 요구하는 것이 없었지만, 같은 공간에서 잠을 자는 것을 원했다. 관린은 잠을 자지 않았지만, 지훈을 위해서 잠을 자는 척을 했다. 동이 틀 때까지 누워 지훈의 뒤통수를 바라보고 있다가 몰래 끌어안기도 했다. 지훈은 늘 잠꼬대로 가지 마세요라고 누군가에게 비는데, 그게 안타까워 더 세게 안아주면 가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잠이 깨면 지훈은 하루의 시작으로 달력에 엑스표를 그렸다. 12/22에 엑스표가 그려졌다. 관린은 숫자들의 나열들을 챙기는 지훈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25에는 동그라미를 그리기에 이유를 물었다. 크리스마스잖아. 크리스마스는 아줌마 기일이거든. 나한테 엄마같은 사람이야, 네 전 애인이기도 하고. 말을 덧붙이며 머쓱하게 웃었다.
ㅡ 서윤미, 그 여잔 바다를 좋아했었어.
ㅡ 바다? 아줌마가? 한 번도 그런 말 한 적 없는데.
ㅡ 바다를 보러 가자고 했는데, 그게 마지막이었어. 그 뒤로 영영 오지 않았어.
ㅡ 아··· 미안.
ㅡ 왜 사과를 해. 슬프거나 원망하지 않아.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
ㅡ 300년 동안 같이 끝까지 산 사람 있어?
ㅡ 아니. 서로 같은 곳에서 다른 시간을 살잖아. 난 늙지도, 죽지도 않아.
ㅡ ...... 너 왜 그렇게 굴어?
ㅡ 내가 뭘?
관린이 전혀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지훈이 허리춤에 손을 대고 짐짓 화난 표정을 지었다. 고심하며 말을 고르는 걸 기다렸다.
ㅡ 너 진심으로 사람 대해본 적 없지.
ㅡ 뭐?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ㅡ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는데 어떻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 난 아줌마랑 아빠가 떠나서, 너무 슬펐어. 무덤덤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
ㅡ 그걸 300년 동안 겪으면 이렇게 돼.
ㅡ 아니. 네가 만약 어긋나는 시간들을 진심으로 슬퍼했다면 넌 이미 성불 했을 거야. 네 인연들 속에 네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이 있어?
ㅡ ......있었어. 너무 오래되어서 이제 기억 안 나지만.
ㅡ 바보.
그건 시간이랑은 상관없어. 끝말을 잊지 못한 것은 관린이 꽤 슬픈 눈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관린은 분했다. 300년 동안의 인연 중 잊은 것은 없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기는 했으나 진심을 다한 것인지 헷갈렸다. 하루 종일 그 생각을 하며 뚱하게 있으니 지훈이 괜찮다며 달래 왔다. 자신부터라도 진심을 다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럼 넌 내가 이제껏 진심이 아닌 걸로 보였어? 아니 진심이지. 그럼 왜 그렇게 말을 해. 미안. 사과하지 마. 관린은 이부자리를 피고 눕는 지훈을 대뜸 끌어안았다.
ㅡ 왜 이래.
ㅡ 너 잘 때 자주 이랬어.
ㅡ 아주 진심이네.
이러면 진심이야? 지훈이 고개를 끄덕이자 관린이 더 세게 안았다.
☾☾☾
크리스마스에는 같이 바다에 가기로 했다. 아줌마가 바다를 좋아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관린이 먼저 제안했다. 불행하게도 관린은 아줌마를 사랑하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마지막으로 함께 가기로 한 곳을 엉뚱하게 지훈이랑 가겠다고 나서는 걸 보면.
ㅡ 몇 시 기차야?
ㅡ 아침 7시.
ㅡ 와 일찍 일어나야 하네.
ㅡ 어서 자.
ㅡ 있지 관린아, 나 사실 바다 한 번도 본 적 없다? 막 파도에서 철썩철썩 소리도 나고 그래? 기차도 타 본 적 없다. 아니 있으려나. 근데 기억 속에는 없어. 애기 시절은 원래 잘 기억 안 나고 그러니깐. 음, 또. 뭐 있지. 나 여행 같은 거 처음이다? 아 넌 많이 해봤겠구나.
ㅡ 너랑 하는 건 처음이잖아. 괜찮아.
부둥켜안은 두 인영이 이불 속을 뒹굴었다. 관린이 끌어안자 지훈이 숨 막힌다고 켁켁 댔다. 떨어지려고 하면 오히려 지훈이 놓질 않아서 그대로 껴안고 잠이 들었다. 이내 숨소리가 고요해지면, 관린이 품에서 지훈을 조금 떨어뜨려 얼굴을 쓸었다. 안는 것만큼 제 진심이길 바라면서 다시 폭 끌어안았다. 혹시나 새는 게 있을까봐 이번엔 푹 끌어안았다. 얕은 잠에서 깬 지훈이 칭얼거렸다. 관린아, 근데 사실. 나 너무 무섭다. 이렇게 안고 있다가도 네가 사라질까봐 무서워. 네 마음이 진짜라는 걸 알아서 무서워. 그래서 매일 너를 조금만 덜 좋아하게 해달라고 기도를 해.
품에 넣었던 지훈을 뗐다. 무서운 꿈이라도 꾼 아이마냥 훌쩍이고 있었다. 관린이 바깥으로 고갯짓을 했다. 첫눈 이후로 한 동안 내리지 않던 눈이 내린다.
ㅡ 화이트 크리스마스네.
창밖을 바라보는 동그란 뒤통수에 대고 말을 한다. 차마 눈을 보고는 입이 안 떨어져서.
ㅡ 만약 내가 사라지면, 눈으로 다시 올게.
ㅡ ......나 너 많이 안 좋아하는데. 벌써 가려고? 우리 아직 2주 밖에 안 됐는데.
ㅡ 아직 안 가. 만약에. 만약에 가면. 눈으로 꼭 다시 올게.
ㅡ 나한테 고맙지? 300년 걸린 거 2주 만에 했어.
ㅡ 그러게. 널 좀 더 일찍 만날 걸. 그치?
ㅡ 관린아. 나 또 혼자 되는 거야?
ㅡ 아니. 내가 꼭 다시 올게. 너 안 외롭게.
ㅡ 안 간다면서 왜 가려고 해.
ㅡ 그냥 혹시 모르잖아. 인사도 못 하면 어떡해.
ㅡ 알겠어. 우리 얼른 자자. 12시 넘었어.
ㅡ 메리 크리스마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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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은 짧게 머무르다 갔다. 그 해 크리스마스 여행은 지훈 혼자였다. 바다는 생각보다 예쁘지도 않았고, 추웠고 어두웠다. 흰 눈이 지훈을 따라다녔다. 저마다 행복한 화이트 크리스마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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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야 정말로 도깨비가 있는 줄 알았지만, 제법 머리가 크고 나서는 더는 속지 않았다. 눈이 와도, 그는 오지 않았다.